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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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을 위한 '포기'의 영성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1. 20. 22:05
글 | 오지섭 사도요한(서강대 종교학과 대우교수) 연제부터인가 포기하는 편이 마음 편하고 욕심을 비우는 것이 마음 뿌듯하게 느껴집니다. 원래 저의 성향이 악착같이 경쟁하고 어떻게든 이루어내는 승부욕을 드러내기 보다는, 적당한 정도에서 자신을 스스로 달래 멈추는 편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못내 아쉬움을 삭히지 못하곤 했는데 연제부터인가는 그런 아쉬움도 남지 않습니다. 완전히 없어졌다면 거짓말이고, 그런 나 자신의 아쉬움 때문에 스스로 힘들어지는 일이 예전보다 많이 줄어든 것은 분명합니다. 인생의 과정 전체를 보면 열심히, 무턱대고, 무모할 정도로 앞만 보고 달릴 때가 있습니다. 뭔가를 모아들이고 쌓는데 몰두하는 시가가 있습니다. 그 시기는 응당 그렇게 해야 하는 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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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진성사를 꼭 받아야 하나요?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1. 2. 17:55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세례성사로 신자는 이미 영원한 생명을 누릴 구원의 보증을 얻었고, 그리스도의 구원 사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러므로 세례성사는 구원을 위하여 완전한 은총을 베풀어 주는 성사입니다. 견진성사로 세례성사가 완성된다는 것은 무엇이 모자라서 더 보탠다는 뜻이 아닙니다. 견진성사는 세례성사의 은총을 활성화하여 견진자를 그리스도와, 교회와 더욱 견고하게 결합시키고, 성숙한 그리스인으로 살게 하는 성사이기 때문입니다. 세례는 우리에게 성령의 선물을 주고, 견진은 그것을 충만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리스도인들의 도덕적 삶은 성령의 선물로 지탱됩니다. 성령의 이끄심에 기꺼이 따르는 항구한 마음가짐인 성령의 선물은 지혜, 통찰, 식견, 용기, 지식, 공경과 하느님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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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삶과 죽음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0. 29. 00:04
글 | 조민아 마리아(조지타운 대학교수) 2018년 12월 4일, 미국 디트로이트에 살았던 열여덟 살 대학생 메이슨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정열적이고 다정하고 성실했던 아름다운 청년 메이슨이 자살을 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메이슨의 장례식에서 그의 슬픈 죽음보다 짧지만 빛났던 삶을 기억하고 그가 떠나는 길을 축복하고 싶었습니다. 그들은 장례 미사를 집전할 신부님을 만나 강론 중에 자살을 언급하지 말고 그의 죽음보다는 삶을 강조해 달라고 특별히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신부님의 장례 미사 강론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었습니다. 아래는 강론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나쁜 것을 선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른 것을 옳다고 말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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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의 내용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0. 27. 17:34
교회는 항상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주님의 몸처럼 공경해 왔습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성경을 통해 드러내시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회는 성경이 '진리'를 가르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성경을 읽다가 보면 실제 역사에 맞지 않는 부분, 현대의 윤리적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 하느님께서 폭력적이고 무서운 분으로 묘사되는 부분들과 같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접할 떄가 있습니다. 그래서 교회의 가르침과는 별개로 성경을 읽다가 실망하거나 혼란을 겪으시는 분들 또한 존재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경은 역사책도 아니고, 도덕 교과서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진리'를 전하는 책이지 '진실'만을 전하는 책이 아닙니다.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야기 안에 제비가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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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 나타난 예수님의 여성관과 오늘날 교회의 과제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0. 24. 17:41
글 : 이승환 루카 신부(교구 복음화국장) 1세기 팔레스티나 시대 여성들의 사회적 위치는 구약시대와 큰 차이 없이 모든 점에서 불리했습니다. 일반저긍로 유담 남성들은 여성을 재물과 같이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으며(탈출 20,17), 여성은 아버지나 남편에게서 재산을 상속받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종교적인 면에서도 엄격한 토라, 율법, 랍비 문헌에서 여성을 금하는 성전 의식을 실행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회당과 성전에서 남성들과 분리된 장소에서 예배를 보았으며, 정치적 권한 역시 가지지 못한 채 남성의 지배 아래에 외부의 세계와 격리되어 살아야만 했습니다. 반면에 사회적 · 종교적 · 정치적 약자였던 여성에 대한 예수님의 태도는 가히 혁명적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일부 유다인들은 자기 아내일지라도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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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진실과 불편한 이름 '전태일'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0. 21. 13:14
글 |김정대 프란치스코 신부(예수회) 어떤 사람들에게 '전태일'은 너무도 불편하고 불순한 이름입니다. 전태일이 불편하다는 것이 아니라 전태일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그들은 스스로 불편해집니다. 그래서 그들은 전태일이 불순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는 전태일이란 이름이 자기 자신이고, 생명이고, 희망입니다. 그들은 다름 아닌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자로서의 권리도 박탈당한 채 착취를 강요당했던 평화시장 봉제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입니다. 예언자는 미래의 일을 예언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세상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그는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노동권을 요구했고 사회와 기득권자들은 그가 들추어낸 진실이 불편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그의 요구는 억압과 착취에서 벗어나 삶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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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 주님께 활짝 마음의 문을 엽시다!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0. 12. 23:47
글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살레시오회) 한 청년이 기특하게도 기도 관련 상담을 해왔습니다. "기도할 때마다 너무 막막합니다. 기도 좀 해보려고 하면, 즉시 분심이 들기 시작하고, 이게 뭐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솔직히 별 의미를 못 찾겠습니다. 깊이 있는 기도를 꿈꾸지만, 주로 하는 기도는 아침·저녁기도, 묵주기도 정도 뿐입니다." 저는 즉시 말했습니다. "그 정도면 아주 잘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긍정적인 것은 자신의 기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그것입니다." 저는 요즘 보기 드물고 대견스러운 이 청년에게 작은 한 가지 기도 팀을 알려줬습니다. "잠시라도 자세를 편안히 하고,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다음, 호흡을 평소보다 길게 가져가 보십시오. 그러고 나서 머릿속에 세상 끝날까지 항상 우리와 함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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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패러독스'(paradox) 마주하기너 어디 있느냐/함께 생각해요 2022. 10. 12. 12:57
글 | 박유현 빈첸시오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 찜통 같은 여름철 무더위가 사람들의 진을 쏘옥 뺴놓고 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 괜한 짜증도 나기 쉬운 듯합니다. 생존본능인건지 열을 시히고자 어느새 시원한 장소와 음료를 찾느라 분주한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름 무더위가 하루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올여름 무덥고 해가 강하기에 더 잘 자랄 수 있는 농촌의 농작물들을 기억하게 됩니다. 나 자신을 조금 힘들게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우리 삶에 도움이 될 더위의 의미를 돌아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불편했던 생각과 마음이 조금은 가시는 것 같습니다. 전래동화에서 우산 파는 아들과 부채 파는 아들을 둔 어머니의 이야기도 생각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