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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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바와 쉼보르스카, 충분하다독서기록장/시 2022. 11. 21. 22:04
어쨌든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내 시의 유일한 자양분은 그리움 그리워하려면 멀리 있어야 하므로 공산주의에 대한 내 믿음은 이미 흔들렸다 나는 내게 허락된 것보다 더 많은 걸 알고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서방에서 한 시인이 왔다 내게서 경탄을 불러일으켰던 시인이 나는 거대한 희망을 품은 채 그의 말을 기다렸다 요란한 박수를 받으며 그가 연단에 섰다 그것은 생각하는 인간이 쓴 시였다 아무런 구속도, 제한도 받지 않은 -미완성 원고 부분 시는 아무리 읽어도 어렵다. 함부로 끄적였던 날들이 부끄럽다. 해설을 읽어도 알 수가 없다.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다가도 생각이 얼마나 깊고 고독이 얼마나 치열해야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생각했다. 한터에서 시창작 수업을 들을 때도 역시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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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독서기록장/소설 2022. 11. 21. 21:37
인간의 정신성과 인간다움은 한탸와 함께 끝나게 되는 것일까? 만사가 무의미를 드러내는 이 암울하고 비극적인 이야기에서 역설적인 따스함과 평화의 숨결이 전해지는 이유는 뭘까? 세상의 축소판인 압축기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짓이겨놓을 때도 그 안에서 궁극적으로 최상의 것이 탄생하리라는 믿음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한때의 불꽃이었고 사랑이었던 여자의 이름, 기억 속에 묻혀 있던 이름이 계시처럼 떠오른다. ------------------------------- 이 작품을 규정하는 키워드가 있다면 자유나 저항 같은 거창한 단어보다 '연민'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도처에 허무가 널려 있어도 삶은 자체의 생명력으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불가항력적이면서 매력적인 것임을 흐라발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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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제13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독서기록장/소설 2022. 11. 16. 15:36
김멜라 | 저녁놀 서로 사랑하는 여성 둘의 삶의 방식과 생활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이며 합법적이지는 않지만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간난하고 힘겨운 그들의 거처문제나 경제적 문제들을 낱낱이 파헤치지는 않으면서 감정의 깊이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있어서 누구나 느꼈을 법한 그러나 이성관계가 아닌 동성끼리의 사랑에서 '여성들이 바라는 性생활'이란 게 진정 어떤 것인지 잘 설명해주는 소설이다. 여성의 이름은 별칭으로 나타난다. 눈점과 먹점. 서로가 서로를 그렇게 부르기로 한다. 둘은 성기구를 구입하나 바로 서랍장 안에 처박아버리고, 그저 '보관되어 버리는 물품'으로 전락한 '나'가 서로 사랑하는 여성의 애정의 깊이를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처음 연애를 하고 사랑을 했던 경험과 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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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이제야 언니에게독서기록장/소설 2022. 11. 9. 20:55
솔직히 이 책은 실망스러웠다. 한마디로. 이제야라는 말을 이름으로 쓸 줄 누가 알았으랴. 나는 언니가 있었다. 언니는 33살 되던 해에 하늘로 갔다. 스스로 갔다. 십 년을 마음 고생하고 고생만 하고 갔다. 나는 올해 쉰이다. 그 때 나의 나이가 31살이었으니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어 온다. 그날의 슬픔이라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건 슬픔이 아니라 살아있음에 대한 죄책감으로, 끝없이 내리는 눈을 어쩌지 못하고 바라만 보았던 피의자로서의 시간이었다. 그런 나에게 이 소설은 그냥 장난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시린 가슴을 어루만져줄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삶의 값을 처절하게 깎아버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더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는 않으나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던 구절만 여기에 적는다.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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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제, 0%를 향하여독서기록장/소설 2022. 11. 1. 23:34
작은 책을 좋아한다. 작고 가벼워서 손 안에 들어오며 출퇴근 가방에도 무람없이 들어가는 책. 소설 보다는 그런 책이라서 골라 보게 되었다. 단편 소설 세 편과 그 뒤에는 작가와의 인터뷰가 실린다. 인터뷰까지는 별로 궁금하지 않다. 소설에서 작가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가 궁금해 고르게 된다. 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다. 주로 신간은 가장 핫할 때 읽어야 그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0%를 향하여》는 읽다가 발췌해둔 부분이 있어서 여기에 기록해 둔다. 적어둔 종이는 언젠가는 없어질테니까. 소장하고 있는 이 소설책도 책장 속에서 빛이 바래 오래되면 언젠가는 사라질 테니까. 이 소설은 독립영화감독인 주인공이 써내려간 일기같은 글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생기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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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동인 뿔,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독서기록장/시 2022. 10. 28. 23:45
책 날개에 창작동인 뿔 시인 3명이 적혀있다. 최지인, 양안다, 최백규가 그들이다. 책의 목차가 맨 뒤에 있고 모두 3부로 되어 있는데 세 명의 시인이 쓴 시가 시인의 구분이 아닌 시 구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첫장부터 읽으면 그게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없다. 굳이 맨 뒷장을 열어 누가 쓴 시인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전체적인 시상이 어떤 것이겠구나 상상하는 정도다. 시 창작 수업을 들을 때 배웠던 내용들이 떠오르면 다행이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특히 현대시로서는. 그렇다고 예전의 서정시나 은유로 도배된 시를 보면 더 정겹다거나 더 잘 이해가 간다거나 하지 않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시가 주는 낯섦에는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나의 상상력이란 이제는 아무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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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모, 한낮의 미술관독서기록장/예술 2022. 10. 21. 00:24
지은이 : 강정모 출판사 : 행복한 북클럽 페이지 : 438p 출판년도 : 2022.06.10. 구분 : 예술>미술, 여행>해외여행 목차 이탈리아 1] 한 천재 화가의 누아르적 일대기 2]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3] 강렬하고 화려한 빛의 찬가 4] 결국 가장 아름다운 것은 사람 영국 5] 과거와 현재가 빚어내는 미래 6] 오늘 하루는 런더너처럼 프랑스 7] 몽마르트르, 장밋빛 인생을 찾아서 8] 루브르에서 가장 슬픈 그림들 9] 파리의 황금기를 거닐다 10] 빛을 따라간 화가들 11] 내 인생의 마스터피스 12] 삶의 모든 감각을 찾아서 13] 밤하늘에 반짝이는 노란빛 책이 두께가 있는 만큼 볼거리와 내용도 풍부하다. 진짜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뭔가 뿌듯했다. 그림에 'ㄱ'도 모르는 나지만 예술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