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기록장/시
-
비스바와 쉼보르스카, 충분하다독서기록장/시 2022. 11. 21. 22:04
어쨌든 나는 돌아가야만 한다 내 시의 유일한 자양분은 그리움 그리워하려면 멀리 있어야 하므로 공산주의에 대한 내 믿음은 이미 흔들렸다 나는 내게 허락된 것보다 더 많은 걸 알고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걸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서방에서 한 시인이 왔다 내게서 경탄을 불러일으켰던 시인이 나는 거대한 희망을 품은 채 그의 말을 기다렸다 요란한 박수를 받으며 그가 연단에 섰다 그것은 생각하는 인간이 쓴 시였다 아무런 구속도, 제한도 받지 않은 -미완성 원고 부분 시는 아무리 읽어도 어렵다. 함부로 끄적였던 날들이 부끄럽다. 해설을 읽어도 알 수가 없다. 이게 무슨 장난인가 싶다가도 생각이 얼마나 깊고 고독이 얼마나 치열해야 이런 글이 나오는 걸까 생각했다. 한터에서 시창작 수업을 들을 때도 역시 내가 ..
-
창작동인 뿔,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독서기록장/시 2022. 10. 28. 23:45
책 날개에 창작동인 뿔 시인 3명이 적혀있다. 최지인, 양안다, 최백규가 그들이다. 책의 목차가 맨 뒤에 있고 모두 3부로 되어 있는데 세 명의 시인이 쓴 시가 시인의 구분이 아닌 시 구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래서 첫장부터 읽으면 그게 누구의 시인지 알 수 없다. 굳이 맨 뒷장을 열어 누가 쓴 시인지 확인해야 한다. 나는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전체적인 시상이 어떤 것이겠구나 상상하는 정도다. 시 창작 수업을 들을 때 배웠던 내용들이 떠오르면 다행이지만 그런 일은 거의 없다. 특히 현대시로서는. 그렇다고 예전의 서정시나 은유로 도배된 시를 보면 더 정겹다거나 더 잘 이해가 간다거나 하지 않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시가 주는 낯섦에는 더 익숙해져 있는 것 같다. 나의 상상력이란 이제는 아무것도..
-
김윤환, 내가 누군가를 지우는 동안독서기록장/시 2022. 10. 10. 16:02
모악시인선 023 지은이 : 김윤환 펴낸이 : 김완준 펴낸곳 : 모악 출판년도 : 2021.7.16. 페이지 : 105p 차례 1부 벽화 2부 판도라 3부 뼈에도 꽃이 피는 4부 맨 끝에 도착한 발 칼집 해질녘 칼을 빌려다 시를 다듬는데 한마디씩 다듬을 때마다 손마디가 날아가고 한마디씩 다듬을 때마다 발목이 날아갔다 마침내 모가지도 없는 허공이 몸통을 이루고 다듬다 남은 바람만이 칼집을 맴돌고 있었다 칼과 칼집은 소리로만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나의 시는 칼집을 빠져나와 알몸의 바람으로 훨훨 사라져갔다 칼의 집만 남긴 채 빈집에 혈흔만 남긴 채 입술을 맞추고 있었다 발인發靷 이별은 잔치 후 정리되지 않는 주방 같은 것 쌓인 그릇과 남은 음식들에 묻음 소음 물린 채 풀리지 않는 나사들 울음이 벼루에 녹..
-
다니카와 슌타로, 시를 쓴다는 것독서기록장/시 2022. 9. 24. 07:14
작가 : 다니카와 슌타로 출판연도 : 2015.9.4. 출판사 : 문학동네 옮긴이 : 조영렬 분류 : 문학>시 페이지수 : 158p 1장 시를 만나다 시를 쓰기 시작했을 무렵 시를 쓴다는 것 독자를 의식했던 시 시가 태어나는 순간 의식 아래에 있는 말 2장 시와 일상생활 라디오에 매혹되어 시와 일상생활 시인이란 무엇인지 되물었던 시기 3장 의미와 무의미 시는 음악과 연애하고 있다 입으로 소리 내어 읽기 의미 이전의 세계 언어는 자유롭지 않다 '안다'는 것 일흔여덟의 경지 엄혹한 현실을 눈앞에 둔 시 사람은 시정을 찾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말은 의식의 표면에 있는 말보다 의식 아래에 있는 말이 재미있다. 그쪽이 새롭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그 혼돈과도 같은 데서 자신의 의식이 아닌..